올해 첫(!) 문학 책. 문학을 워낙 잘 안읽는데 포털에서 이 책의 몇 문장들 소개 되있는 것 중에 '괜찮찌개'라는 표현에 꽂혀서 그 날 바로 빌려왔다. 몰입감이 좋아서 하루만에 다 읽긴 했는데 '괜찮찌개' 라던지 '고독,고독 씹고 고독해졌다.' 라던지, 꽂히는 문장 표현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소설이 전반적으로 불친절하고 우울한 편이라.. 기승전결이 뚜렷한 사건이나 긴장감이랄만한게 없어서 내 취향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소설이라기보다 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님 왠지 작사하시면 잘 할 것 같음



너는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냐? 대뜸 영철이 팔광에게 물었다. 테트리스요. 팔광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테트리스? 벽돌 쌓는 게임 말이냐? 영철이 소주를 홀딱 원샷하며, 되물었다.그냥 쌓기만 하는 거 아니에요. 이상하게 쌓으면 죽어요. 잘 쌓아야지 없어지고 다시 쌓을 수 있어요. 또 쌓고 없애면, 벽돌이 내려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요. 나는 그 속도를 따라서 계속 쌓고 없애야 돼요. 속도를 못 따라가면 나는 죽어요. 없애기 위해서 쌓는 것 같지만, 쌓기 위해서 없애는 거에요. 팔광은, 테트리스를 신앙 삼은 듯, 허공에 대고 빠르게 이야기했다. 미친 놈, 그게 왜 인생이야? 영철이 헛웃음 치며 물었다. 죽으면 열 받거든요. 팔광이 단호히 대답했다. - p.43 <삼뻑의 즐거움>


행복이 뭐예요? 다섯 살 된 영철의 조카는 TV를 보다가 이것저것 영철에게 자주 물어보았다. 행복이 뭔지 모르니? 영철이 조카에게 되물었다. 몰라요. 조카가 대답했고, 나도 몰라, 너도 죽을 때까지 모를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어제 너희 아버지가 케이크를 사 와서 네 기분이 어땠니? 조카에게 물어보았다. 빨리 초 켜고 싶었어요. 불 끄고 먹고 싶었어요. 빨리 먹고 싶었어요. 조카는 어제 먹은 케이크의 기억이 생생했는지 양팔을 세차게 흔들었다. 그게 행복이란다, 라고 영철은 말해주려다, 아이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니 어쩌면 조카에게는 그것이 행복일 텐데 싶어서, 그게 행복이란다, 말해주려다, 아무래도 영철이 생각하기에 행복이란, 행복이라는 게 그러니까 그렇게 그런 게 아닌데 싶어서, 그랬구나, 케이크를 좋아하는 구나, 조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p.103 <영철이>


그는 괜찮았다. 그는 자신의 과체중을 생각해 하루 두 시간씩 걸을 정도로 괜찮았다. 그는 하루 종일 누워 있을 만큼 괜찮았다. 그는 사람들이 괜찮냐고 물을 때마다 괜찮다고 대답할 정도로 괜찮았다. 그는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할 만큼 괜찮았다. 그는 그의 이메일 비밀번호를 '괜찮아7164'로 해놓을 정도로 괜찮았다. 그는 하루 세끼 괜찮찌개에 밥을 비벼먹을 정도로 괜찮았다. 그는 바다에 가기로 결심했다. 바다에만 다녀오면 더할 나위 없이 괜찮을 것 같았다. -p.112 <그의 사정>


그의 엄마는 그가 곧, 언제 집에 올 것인지 더 캐묻지 않았다. 요즘 너 뭐 먹고 사니? 집에서 밥은 해 먹니? 생활비는? 그의 엄마는 그가 피곤해하는 주요 질문 몇 가지를 던졌다. 피곤하네요. 좀 쉴게요. 그는 대답을 회피했다. 1년 째 쉬고만 있으면서 뭘 더 어떻게 쉰다는 것인지, 그의 엄마는 고개를 저었지만, 수화기 너머로는 그 제스처가 그에게 보이지 않았다. - p.126 <그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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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책 book at 2018. 1. 1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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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책 book/목록 list at 2018. 1. 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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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처럼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어떤 '기술'에 대한 책은 아니고, 되려 책을 읽지 않고도 삶의 지혜를 얻으며 삶에서 요령껏 책을 다룰 수 있는, 현명한 독서 방법에 대해 전달하는 책이다. 독서 좀 하라고 부채질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요즘 시대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독서의 위험성'에 대해 알려준다. 책 제목이 재밌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메세지는 흥미로우나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다. 묘하게 거슬리는 번역투도 한 몫했고, 아쉽긴 하지만 완독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데에는 확실히 도움이 된 책이다.



첫번째 두려움은 독서의 의무라고 이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독서가 신성시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머지않아 사라질테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게 사실이다. 특히 일정 수의 모범적 텍스트들이 그런 신성시의 대상이 되는데, 그런 책들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금기이며, 이를 어기면 눈총을 받게 된다. 두번째 두려움은 정독해야 할 의무로 불릴 수 있는데, 이는 첫번째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후딱 읽어치우거나 대충 읽어버리는 것, 특히 그렇게 읽었다고 말하는것 역시 그에 못지 않게 눈총의 대상이 된다. 세번째 두려움은 책들에 관한 담론과 관계된다. 우리의 문화는 우리가 어떤 책을 읽는 것은 그 책에 대해 어느 정도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위해서임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다. 한데 내가 경험해본 바로 우리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누군가와 열정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p.13


교양을 쌓았다는 것은 이런 저런 책을 읽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전체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줄 안다는 것, 즉 그것들이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각각의 요소를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 속에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p.31


책을 읽어나가는 중에도 이미 나는 앞에서 읽은 것을 망각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마치 내가 그 책을 읽지 않은 것처럼 되어버리는 순간까지, 즉 다시 비독자가 되어버리는 순간까지 연장 된다. 어떤 독자도 이 망각의 과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p77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부끄러움 없이 말할 수 있으려면 가정과 학교에 의해 강압적으로 전파되는 흠결없는 문화라는 강박적인 이미지, 일생동안 노력해도 일치시킬 수 없는 그 이미지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진실보다는 자기 진실이 훨씬 더 중요하다. 우리의 내면을 억압적으로 지배하며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을 가로막는 것, 즉 교양 있는 사람으로 보여야한다는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자만이 자기 진실에 이를 수 있다. -p.174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다른 창작 활동들에 비해 좀 더 소박하긴 하지만 결코 그것들에 뒤지지 않는 진정한 창조 활동이라 할 수 있다.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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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책 book at 2018. 1. 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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