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의 신혼여행>은 제목 그대로 작가가 5년만에 자신의 아내 HJ와 3박 5일로 보라카이 신혼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HJ를 처음 만나 결혼하고 여행을 떠나기까지의 일들, 작가의 결혼관, 그리고 그 안에 과장되지 않고 잔잔히 묻어나오는 HJ에 대한 애정.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 그런지 굉장히 편안하게 읽었다.



내 생각에는 전형적인 한국식 결혼식은 빼빼로 데이와 매우 비슷하다. 언젠가부터 점점 호사스러워지고 있고, 장식이 본질을 압도하고 있으며, 이제는 거대 산업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그게 모두 허세이고 바보 같다는 걸 알면서도 그 상술에 넘어가고야 만다.  -p.48


내가 아이를 낳지 않고 살 계획이라고 하면, 부모로서 산다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며 부모가 되보지 않고선 모르는 다른 세계를 알고 싶지 않냐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부모가 아닌 상태로 늙는다는 것도 이전에 내가 해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부모로 사는 사람은 부모가 아닌 사람이 자녀양육에 쓰지 않는 에너지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떤 가능성을 펼칠 수 있을지 결코 알 수 없다.  -p.171


결혼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두사람이 영원한 사랑을 믿으며, 검은 머리가 파뿌리되도록 다른 사람에게 한눈 팔지않고 상대에게 충실하겠다는 공개 선언이다. 이것은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인 개념이다. 인간은 열정을 금방잃고, 섹스의 가능성이 있는 타인을 향해 수시로 한눈을 팔며 오래도록 한가지 대상에 충실할 수 없는 존재다. 인간은 그런 자연스러운 충동을 억압하여 백년해로라는 허구의 가치를 만든다. 내 생각에 결혼의 핵심은 이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지키겠다는 선언에 있다. 우리는 운명을 구속함으로써 운명을 만든다.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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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책 book at 2017. 11. 2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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