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처럼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어떤 '기술'에 대한 책은 아니고, 되려 책을 읽지 않고도 삶의 지혜를 얻으며 삶에서 요령껏 책을 다룰 수 있는, 현명한 독서 방법에 대해 전달하는 책이다. 독서 좀 하라고 부채질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요즘 시대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독서의 위험성'에 대해 알려준다. 책 제목이 재밌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메세지는 흥미로우나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다. 묘하게 거슬리는 번역투도 한 몫했고, 아쉽긴 하지만 완독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데에는 확실히 도움이 된 책이다.



첫번째 두려움은 독서의 의무라고 이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독서가 신성시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머지않아 사라질테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게 사실이다. 특히 일정 수의 모범적 텍스트들이 그런 신성시의 대상이 되는데, 그런 책들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금기이며, 이를 어기면 눈총을 받게 된다. 두번째 두려움은 정독해야 할 의무로 불릴 수 있는데, 이는 첫번째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후딱 읽어치우거나 대충 읽어버리는 것, 특히 그렇게 읽었다고 말하는것 역시 그에 못지 않게 눈총의 대상이 된다. 세번째 두려움은 책들에 관한 담론과 관계된다. 우리의 문화는 우리가 어떤 책을 읽는 것은 그 책에 대해 어느 정도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위해서임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다. 한데 내가 경험해본 바로 우리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누군가와 열정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p.13


교양을 쌓았다는 것은 이런 저런 책을 읽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전체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줄 안다는 것, 즉 그것들이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각각의 요소를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 속에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p.31


책을 읽어나가는 중에도 이미 나는 앞에서 읽은 것을 망각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마치 내가 그 책을 읽지 않은 것처럼 되어버리는 순간까지, 즉 다시 비독자가 되어버리는 순간까지 연장 된다. 어떤 독자도 이 망각의 과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p77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부끄러움 없이 말할 수 있으려면 가정과 학교에 의해 강압적으로 전파되는 흠결없는 문화라는 강박적인 이미지, 일생동안 노력해도 일치시킬 수 없는 그 이미지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진실보다는 자기 진실이 훨씬 더 중요하다. 우리의 내면을 억압적으로 지배하며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을 가로막는 것, 즉 교양 있는 사람으로 보여야한다는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자만이 자기 진실에 이를 수 있다. -p.174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다른 창작 활동들에 비해 좀 더 소박하긴 하지만 결코 그것들에 뒤지지 않는 진정한 창조 활동이라 할 수 있다.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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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책 book at 2018. 1. 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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