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미러링>은  1) 메갈리아라는 사이트가 만들어지게 된 경위 2) 메갈리아가 자신들의 혐오발언을 정당화하는 방식과 그것의 허구성 3) 그리고 현재 인터넷에서 양상되고 있는 혐오단어들 등 메갈리아 사이트를 중심으로 국내 인터넷 공론장 문화 전반에 대해서 다룬 책이다. 책이 1,2부로 나뉘어져있어 1부에서는 메갈리아 사이트의 실체에 대해 설명하고, 2부에서는 인터넷 공론장의 실상을 얘기하는 식의 구성인데 2부 내용은 이래저래 논쟁거리가 될 만한 요소들이 많이 보여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일베를 '백색테러'에 메갈을 '적색테러'에 빗대어 설명하는 방식이나 최근 소위 PC충이라 불리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 등 내용이 학자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현실의 언어들로 짜여져있어 쉽게 읽혔다. 



공익으로 포장된 마녀사냥이 더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그것이 대외적으로는 차별 반대, 혐오 반대를 내세우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차별과 혐오를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p.93


계급투쟁이나 성별투쟁을 통해 타인을 말살하자는 사상이 아닌 이상, 여성주의든 무슨 이념이든 기본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타인이 공유해주어야 한다는 요구에 입각해 있다. 문제는 공론장이 붕괴하면 자신의 문제를 타인이 공유할 장소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p.163


정치적 올바름은 최악의 경우 "어떤 이슈가 없으면, 적이 없으면, 역으로 피억압자가 없으면, 어딘가에 '불행'이 없으면 싸울 수 없는 이러한 부정적/반응적 논리"로 퇴행한다. 즉, 이 때의 정치적 올바름이란, "사회가 악하지 않으면, 억압되는 '소수자'가 없으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잃고 말기에 항상 강박적으로 '악'을 찾아내야하는 꺼림칙한 양심"을 의미한다. 이것이 특히 주기적으로 연예인이나 유명인 대상의 마녀사냥이 축제처럼 벌어지는 요인이 된다. 이 때의 정치적 올바름은 문제 해결에 가까워지기보다는 더 멀어지도록 만든다.  -p.198


다소 거칠게 일반화한다면, 대안과 문제 해결 능력 없는 진보가 죄악감을 자신과 타인에게 강요한다고 말할 수 있다. -p.199


인터넷 상의 정량화된 혐오지수를 공개하는 것은 특히 인터넷 공론장을 화력 과시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악순환을 일정부분 막을 수 있다. -p.243


 

  책의 마지막장에서 건강한 인터넷 공론장을 위해 정량화된 혐오지수를 공개하자는 의견은 흥미로웠지만, 실효성은 없을 것같다. 디씨나 일베 등 일부 사이트에서는 분명 더 높은 혐오지수를 기록하기 위한 병림픽이 벌어지지 않을..까..?(...) 이 책의 전편인 <일베의 사상>까지 읽고 싶어졌다. 일각에서는 이 책을 '안티페미도서'라고 평가하는 것 같던데 딱히, 메갈과 페미니즘이 별개이듯 이 책 또한 페미니즘과는 상관없는 별개의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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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책 book at 2017. 12. 2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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