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book - 18

  1. 2018.01.01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2. 2017.12.24 <혐오의 미러링>
  3. 2017.12.16 <대한민국 표류기>
  4. 2017.12.09 <에고라는 적>
  5. 2017.12.08 <김이나의 작사법>
  6. 2017.12.07 <대중예술본색>
  7. 2017.11.30 <어떻게 살 것인가>
  8. 2017.11.22 <5년만의 신혼여행>

 책 제목처럼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어떤 '기술'에 대한 책은 아니고, 되려 책을 읽지 않고도 삶의 지혜를 얻으며 삶에서 요령껏 책을 다룰 수 있는, 현명한 독서 방법에 대해 전달하는 책이다. 독서 좀 하라고 부채질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요즘 시대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독서의 위험성'에 대해 알려준다. 책 제목이 재밌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메세지는 흥미로우나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다. 묘하게 거슬리는 번역투도 한 몫했고, 아쉽긴 하지만 완독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데에는 확실히 도움이 된 책이다.



첫번째 두려움은 독서의 의무라고 이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독서가 신성시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머지않아 사라질테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게 사실이다. 특히 일정 수의 모범적 텍스트들이 그런 신성시의 대상이 되는데, 그런 책들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금기이며, 이를 어기면 눈총을 받게 된다. 두번째 두려움은 정독해야 할 의무로 불릴 수 있는데, 이는 첫번째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후딱 읽어치우거나 대충 읽어버리는 것, 특히 그렇게 읽었다고 말하는것 역시 그에 못지 않게 눈총의 대상이 된다. 세번째 두려움은 책들에 관한 담론과 관계된다. 우리의 문화는 우리가 어떤 책을 읽는 것은 그 책에 대해 어느 정도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위해서임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다. 한데 내가 경험해본 바로 우리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누군가와 열정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p.13


교양을 쌓았다는 것은 이런 저런 책을 읽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전체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줄 안다는 것, 즉 그것들이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각각의 요소를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 속에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p.31


책을 읽어나가는 중에도 이미 나는 앞에서 읽은 것을 망각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마치 내가 그 책을 읽지 않은 것처럼 되어버리는 순간까지, 즉 다시 비독자가 되어버리는 순간까지 연장 된다. 어떤 독자도 이 망각의 과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p77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부끄러움 없이 말할 수 있으려면 가정과 학교에 의해 강압적으로 전파되는 흠결없는 문화라는 강박적인 이미지, 일생동안 노력해도 일치시킬 수 없는 그 이미지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진실보다는 자기 진실이 훨씬 더 중요하다. 우리의 내면을 억압적으로 지배하며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을 가로막는 것, 즉 교양 있는 사람으로 보여야한다는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자만이 자기 진실에 이를 수 있다. -p.174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다른 창작 활동들에 비해 좀 더 소박하긴 하지만 결코 그것들에 뒤지지 않는 진정한 창조 활동이라 할 수 있다.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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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책 book at 2018. 1. 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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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의 미러링>은  1) 메갈리아라는 사이트가 만들어지게 된 경위 2) 메갈리아가 자신들의 혐오발언을 정당화하는 방식과 그것의 허구성 3) 그리고 현재 인터넷에서 양상되고 있는 혐오단어들 등 메갈리아 사이트를 중심으로 국내 인터넷 공론장 문화 전반에 대해서 다룬 책이다. 책이 1,2부로 나뉘어져있어 1부에서는 메갈리아 사이트의 실체에 대해 설명하고, 2부에서는 인터넷 공론장의 실상을 얘기하는 식의 구성인데 2부 내용은 이래저래 논쟁거리가 될 만한 요소들이 많이 보여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일베를 '백색테러'에 메갈을 '적색테러'에 빗대어 설명하는 방식이나 최근 소위 PC충이라 불리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 등 내용이 학자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현실의 언어들로 짜여져있어 쉽게 읽혔다. 



공익으로 포장된 마녀사냥이 더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그것이 대외적으로는 차별 반대, 혐오 반대를 내세우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차별과 혐오를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p.93


계급투쟁이나 성별투쟁을 통해 타인을 말살하자는 사상이 아닌 이상, 여성주의든 무슨 이념이든 기본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타인이 공유해주어야 한다는 요구에 입각해 있다. 문제는 공론장이 붕괴하면 자신의 문제를 타인이 공유할 장소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p.163


정치적 올바름은 최악의 경우 "어떤 이슈가 없으면, 적이 없으면, 역으로 피억압자가 없으면, 어딘가에 '불행'이 없으면 싸울 수 없는 이러한 부정적/반응적 논리"로 퇴행한다. 즉, 이 때의 정치적 올바름이란, "사회가 악하지 않으면, 억압되는 '소수자'가 없으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잃고 말기에 항상 강박적으로 '악'을 찾아내야하는 꺼림칙한 양심"을 의미한다. 이것이 특히 주기적으로 연예인이나 유명인 대상의 마녀사냥이 축제처럼 벌어지는 요인이 된다. 이 때의 정치적 올바름은 문제 해결에 가까워지기보다는 더 멀어지도록 만든다.  -p.198


다소 거칠게 일반화한다면, 대안과 문제 해결 능력 없는 진보가 죄악감을 자신과 타인에게 강요한다고 말할 수 있다. -p.199


인터넷 상의 정량화된 혐오지수를 공개하는 것은 특히 인터넷 공론장을 화력 과시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악순환을 일정부분 막을 수 있다. -p.243


 

  책의 마지막장에서 건강한 인터넷 공론장을 위해 정량화된 혐오지수를 공개하자는 의견은 흥미로웠지만, 실효성은 없을 것같다. 디씨나 일베 등 일부 사이트에서는 분명 더 높은 혐오지수를 기록하기 위한 병림픽이 벌어지지 않을..까..?(...) 이 책의 전편인 <일베의 사상>까지 읽고 싶어졌다. 일각에서는 이 책을 '안티페미도서'라고 평가하는 것 같던데 딱히, 메갈과 페미니즘이 별개이듯 이 책 또한 페미니즘과는 상관없는 별개의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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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책 book at 2017. 12. 2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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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사진이 대충...)



 내가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는다는 건 그 누군가에게 최소한의 흥미가 있다는 뜻이다. 허지웅에게 흥미를 느낀 건 올해 초에 <버티는 삶에 관하여>를 읽고 난 후였다. 사실 마녀사냥 나올땐 허지웅 좋다는 여자들 취존하기 정-말 힘들었거든..^^ 지금도 여전히 회전문이긴 하지만 확실히 비디오보단 텍스트에서 더 매력있는 사람인 것 같다. 책 내용은 딱히 별 거 없다. 고시원 얘기, 엄마 얘기, 정치 얘기, 연애 얘기 등등 그냥 허지웅이라는 사람때문에 읽었다.


 +) 허지웅 연애 썰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내가 허지웅의 전애인이면 좀 짜증날듯ㅋㅋ 그의 글감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전시되는 기분..은 썩 좋지 않을 것 같다. 연애라는 게 원래 같은 일을 같이 겪고도 서로의 머리 속엔 왜곡되어 기억되기 마련인데 사람들은 허지웅의 머리 속에서 왜곡된 이야기만 듣고 있는 거 아닌가.. 존나 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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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책 book at 2017. 12. 1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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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 망설이다 놓쳐버린 기회들, 실패하지 않으려 애쓰다 시도조차 못했던 일들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내가 만들어놓은 결과물과 나 자신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다.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좋았을 책



 명예와 리더십을 인정받은 사람들은 두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 유형은 자기자신에 대한 믿음을 천성적으로 타고난 사람이고, 또 하나의 유형은 자기가 이루한 성취에 따라서 그 믿음이 천천히 커지는 사람이다. 후자에 속한 사람은 자기가 거둔 성공에 끊임 없이 놀라고, 과연 이게 꿈이 아닐까 의심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검증한다. 이런 의심에는 진정한 겸손이 깃들며, 이것은 위선적인 자기비하가 아니라 절제에 담긴 겸손함이다. -p.45


 에고를 잘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남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충동을 무시한다. 남의 시선을 즐기는 사람들이 결국 자기보다 더 나은결과를 얻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초조해하지도 않는다. 사실 진짜 일을 하느라 바빠서 다른 것은 하지도 못한다. -p.54


 에고는 남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 명예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진짜 자신감은 누가 자기를 인정하든 하지 않은 상관하지 않고 기다릴 줄 알며, 또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초점을 맞출 줄 안다.(…) 어떤 사람이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서 혹은 정상의 자리에 오르고싶어서, 자기 자신과 가족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어서 일한다고 해도 그 사람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단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균형이다. 축구 감독인 토니 애덤스가 이것을 멋진 말로 잘 표현했다. “셔츠 앞에 적힌 팀의 이름을 위해 경기를 해라. 그러면 사람들은 그 셔츠 뒤에 적힌 당신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p.189


 살다보면 모든 것을 올바르고도 완벽하게 처리했지만 그 결과가 나쁠때도 있다. 실패하여 존중받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심드렁한 반응을 받기도 한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보상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 일을 하지 말았어야 옳을까?에고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일은 하지 않아야한다. 그러나 당신의 태도가 이렇다면 당신은 그 힘든 실패를 어떻게 참고 버틸 것인가? 좋은 일을 하는 것이 그것만으로 충분할 때 당신은 그냥 그렇게 하면 된다. 당신이 무언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때 그 자체만으로 자존감과 자긍심이 충만해진다면, 그 결과의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충분하다.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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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책 book at 2017. 12. 9.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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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쁘고 잘나가는 작사가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는 분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좀 더 알게된 것 같다.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알맞은 단어로, 알맞은 문장으로 감정과 생각을 잘 표현할 줄 아시는 분이다. 부럽다. 책 뒷표지에 적혀있는 허지웅의 말처럼, 어쭙잖게 예술한다는 자의식에 빠져있는 사람보다 이렇게 그저 일을 열심히 하는 일꾼임을 자처하는 태도의 사람이 훨씬 아름답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이 분이 작사한 곡을 다시 들으면 감흥이 새롭다. 감상의 폭이 더욱 넓어지는 느낌



'저는 음악 일이 너무 해보고 싶었어요. 정말 열심히 할 자신 있어요.' 라는 사람과 'sm의 어떤 가수를 보면서 어떤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사람간의 차이는 분명 보일 수 밖에 없어요 -p.74


나는 때로 '솔직함'이 일종의 거래처럼 오고간다는 생각을 한다. 너가 이만큼 보여줬으니 나도 딱 이만큼만, 자 이번에 네 차례. 나이가 들면서 함부로 나의 솔직한 속내를 터놓지 않는 것은, 꼭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유발하는 크고 작은 파도들 까지 내가 감당할 수 있을때 비로소 모든 걸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점점 더 신중해질 뿐이다.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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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책 book at 2017. 12. 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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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왜 본격예술보다 대중예술에 더 매력을 느끼는지에 대해서 정리할 수 있었던 책. 구어체로 된 책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건 나름대로 잘 읽은 편인 것 같다. 대부분의 내용에 다 공감할 수 있었는데 본문 중 대중예술과 본격예술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지식인과 일반대중을 비교하는데 그 기준이 좀 애매모호해서 그 부분은 좀 아쉬웠다.

 

 

새로운 것은 공포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나이 든 자신은 잘 모르는데, 자신의 아이들인 청소년이 갑자기 열광하고 좋아하여 급격히 퍼지는 대중문화. 여기에 대한 공포심이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속의 공포는 실제로 그것이 지닌 문제점을 훨씬 과장하여 마녀로 지목하고, 거기에 비난을 쏟아 붓습니다. -p.52

 

대중예술은 이름부터 '변두리의 존재', '타자'임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예술이라고 하면 우선 본격예술을 떠올립니다. 즉, 예술이란 말은 본격예술을 의미하는 말로 먼저 존재했고 그것보다 좀 부족한 존재, 예외적인 존재라는 인식을 드러내는 말이 대중예술이란 말일겁니다. -p.39

 

대중예술은 보수성을 지닙니다. 대중예술은 서민예술로서 서민들의 경험과 욕구 욕망 취향 세계전유방식 등을 반영합니다만 이윤도 고려하고 보수적 사회의식도 고려하고 이것저것 다 거른후에 나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tv를 볼때 현실보다 훨씬 보수적인 젠더감각을 갖습니다. 우리는 현실보다 tv안의 세상에서 남자는 키와 몸집이 크고 여자는 작고 마르고 어린 것을 더 안정적으로 느끼는 겁니다. -p.81

 

대중예술은 작가의식을 드러내기보다는 수용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창작하는 측면이 훨씬 강합니다.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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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책 book at 2017. 12. 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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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살것인가. 라는 물음은 이 세상 모두가 늘상 고민하는 문제일 것이다. 유시민 또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이 책을 썼겠지. 유시민은 그 고민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나는 이 책을 통해 삶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안고 이 책을 읽어보았다.



 그러나 내 기대는 완전히 빗나간 듯 싶다. 이 책은 <어떻게 살것인가>라기보단 <난 이렇게 살아왔다>에 가까운 책이다. 내가 유시민을 인간적으로 많이 좋아하고 존경하였다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굉장히 감흥없이 읽혔다. 게다가 책이 온통 당연하고 진부하고 공허한 문장들의 연속이어서 더더욱 감흥이 없었다. ㅡ 예를 들자면, '나답게 살자'라던지 '좋아하는 일을 하자'라던지... 원론적인 이야기 투성이ㅡ 책 중반부에는 '힐링'에 대해 비판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나는 일명 '힐링도서'와 이 책의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나에게 둘 다 감흥없는 건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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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책 book at 2017. 11. 30.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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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만의 신혼여행>은 제목 그대로 작가가 5년만에 자신의 아내 HJ와 3박 5일로 보라카이 신혼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HJ를 처음 만나 결혼하고 여행을 떠나기까지의 일들, 작가의 결혼관, 그리고 그 안에 과장되지 않고 잔잔히 묻어나오는 HJ에 대한 애정.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 그런지 굉장히 편안하게 읽었다.



내 생각에는 전형적인 한국식 결혼식은 빼빼로 데이와 매우 비슷하다. 언젠가부터 점점 호사스러워지고 있고, 장식이 본질을 압도하고 있으며, 이제는 거대 산업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그게 모두 허세이고 바보 같다는 걸 알면서도 그 상술에 넘어가고야 만다.  -p.48


내가 아이를 낳지 않고 살 계획이라고 하면, 부모로서 산다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며 부모가 되보지 않고선 모르는 다른 세계를 알고 싶지 않냐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부모가 아닌 상태로 늙는다는 것도 이전에 내가 해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부모로 사는 사람은 부모가 아닌 사람이 자녀양육에 쓰지 않는 에너지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떤 가능성을 펼칠 수 있을지 결코 알 수 없다.  -p.171


결혼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두사람이 영원한 사랑을 믿으며, 검은 머리가 파뿌리되도록 다른 사람에게 한눈 팔지않고 상대에게 충실하겠다는 공개 선언이다. 이것은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인 개념이다. 인간은 열정을 금방잃고, 섹스의 가능성이 있는 타인을 향해 수시로 한눈을 팔며 오래도록 한가지 대상에 충실할 수 없는 존재다. 인간은 그런 자연스러운 충동을 억압하여 백년해로라는 허구의 가치를 만든다. 내 생각에 결혼의 핵심은 이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지키겠다는 선언에 있다. 우리는 운명을 구속함으로써 운명을 만든다.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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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책 book at 2017. 11. 2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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